블로그 허브 목록
인생 스토리 · 비하인드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아이.

이민우 회계사 정평세무컨설팅 대표 공인회계사 이민우
· 2026.10.05 · 6분 독해
"충남대 서버에서 임요환, 이윤열과 맞붙었던 그날,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재능의 벽'을 실감했습니다. 바늘구멍 같은 프로게이머의 길을 접고 바닥에서 다시 잡은 펜 한 자루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아버지는 낡은 화물 지입차를 모시는 외벌이 기사님이셨습니다. 어머니는 오직 집안 살림만 전담하셨고, 풍족함이라는 단어는 제 유년 시절 사전에 결코 존재하지 않는 말이었습니다. 가진 것 없는 흙수저 집안에서 자라며, 남들처럼 값비싼 과외나 학원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제게 유일한 탈출구이자 심장을 뛰게 했던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모니터 너머의 세계, 스타크래프트(StarCraft)였습니다.

1. 매일 PC방에서 살며 꿈꿨던 프로게이머의 길

그 시절 저는 평범한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반드시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단 하나의 열망에 사로잡혀,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가방을 던져두고 PC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새벽까지 눈이 충혈되도록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며 APM(분당 명령 횟수)을 끌어올렸고, 전략 시뮬레이션의 빌드 오더를 머릿속에 수천 번씩 시뮬레이션했습니다.

동네 PC방과 교내에서는 적수가 없었습니다. '이러다 정말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철없는 자신감이 차올랐고, 그것이 제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습니다.

2. 충남대 서버의 악몽: 임요환, 이윤열... 마주한 거대한 '재능의 벽'

당시 스타크래프트 초고수들과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이 진검승부를 겨루던 전설적인 무대가 바로 '충남대 서버'였습니다.

어느 날, 거짓말처럼 배틀넷에서 당대 최고의 전설이었던 '테란의 황제' 임요환, 그리고 '천재 테란' 이윤열과 직접 맞붙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심장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긴장감 속에 경기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형언할 수 없는 전율과 공포를 느껴야 했습니다. 제 손가락이 부러져라 마우스를 쥐어짜며 컨트롤을 해도, 상대는 이미 저 아득한 미래의 수를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제 병력의 움직임, 자원 배분, 타이밍 러시까지 모조리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듯 유린했습니다.

단 한 판의 게임으로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아, 이것은 노력으로 비빌 수 있는 영역이 아니구나. 타고난 천재들이 가진 재능의 벽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아무리 피를 깎는 연습을 해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아득한 절벽 앞에 서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3.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의 진짜 의미를 깨닫다

"이 길은 내가 갈 길이 아니다." 미련을 버리고 마우스를 내려놓았을 때, 잔인한 현실이 눈앞에 들이닥쳤습니다. 이미 고등학교 시절은 훌쩍 지나버린 뒤였고, 제 앞에는 백지상태의 성적표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이미 때가 너무 늦었던 것입니다.

수능 만점자나 서울대 합격생들이 인터뷰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할 때, 예전에는 그저 재수 없는 잘난 척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프로판의 잔혹한 생태계를 겪고 나니 그 말의 진짜 의미가 뼛속까지 와닿았습니다.

전국에서 단 몇 명의 천재만이 살아남아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바늘구멍에 낙타가 들어가는 것'보다 희박한 프로게이머의 세계에 비하면, 차라리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 책을 읽고 외우는 만큼 정직하게 점수가 오르는 '공부'라는 세계가 훨씬 더 공평하고 자비로운 길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중고교 기초 학업을 모조리 놓쳐버렸으니 남들 다 가는 번듯한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이야기였습니다.

4. 방통대 입학과 방황, 그리고 노무사 형님의 한마디

지입차를 몰며 하루하루 힘겹게 가족을 부양하시는 아버지에게 비싼 사립대 등록금을 달라고 손을 벌릴 염치조차 없었습니다. 집안의 학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학사 학위를 마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 그것이 바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통대)였습니다.

방통대에 일단 발을 디뎠지만, 패배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나' 하는 짙은 방황의 나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방황의 늪에서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운명적인 인연을 만났습니다. 방통대 스터디에서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계시던 한 선배 형님이었습니다. 허름한 주막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 형님이 제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습니다.

"민우야, 너 가만히 보면 눈빛에 독기가 살아있다. PC방에서 밤새우며 몰입했던 그 오기와 깡다구, 딴 데 쓰지 마라. 이왕 칼을 뽑았으면 노무사보다 더 악명 높고 어렵다는 회계사(CPA) 시험에 네 인생 전부를 한번 걸어봐라."

그 한마디가 가슴 깊은 곳에 꺼져가던 불씨를 단숨에 폭발시켰습니다. 어차피 잃을 것도, 물러설 곳도 없는 흙수저 청년이었습니다. '바늘구멍 같던 프로게이머 판에서도 버텼는데, 공부로 바닥을 못 치겠는가.' 저는 그 길로 회계사 시험에 제 젊음을 통째로 던지기로 결심했습니다.

5. 기초 수학도 없던 청년, 3년 만에 CPA를 뚫다

결심은 장엄했지만 현실은 가혹했습니다. 학창 시절 공부와 담을 쌓았던 탓에 미적분, 통계학, 기초 회계 원리는 외계어나 다름없었습니다.

저는 알량한 자존심을 쓰레기통에 처박았습니다. 명문대에 진학한 고등학교 동창을 찾아가 머리를 숙이고 기초 수학 과외를 부탁했습니다.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않고 독서실 맨 앞자리에서 하루 16시간씩 책과 씨름했습니다. "여기서 떨어지면 내 인생에 다음 스테이지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미친 듯이 질주했습니다.

마침내 2010년, 공부를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제45회 공인회계사(CPA) 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민우' 석 자를 당당히 새겨 넣었습니다.

6. 100통의 거절 이력서와 대기업 전략 컨설팅 4년

CPA에 합격하면 탄탄대로가 열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방통대 출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학벌의 철벽이었습니다. 삼일, 삼정, 안진, 한영 등 4대 대형 회계법인을 포함해 100여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단 한 곳에서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조차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편견 없는 실력 중심의 전략 컨설팅 펌인 PRS 컨설팅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곳에서 보낸 4년은 저를 대형 프로젝트 전문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포스코,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한솔제지 등 대한민국 굴지의 초일류 대기업들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거대 조직의 원가 관리와 고도화된 내부회계 관리제도를 설계했습니다. "기대 그 이상의 Output을 증명한다"는 프로의식은 이때 온몸에 체화되었습니다.

7. 2018년 개업: 낮에는 노가다, 밤에는 블로그

2018년, 수임 거래처 단 1곳도 없이 허허벌판에서 정평세무컨설팅의 간판을 걸었습니다. 소위 '손가락 빨던 시절'이었습니다. 월세와 관리비를 내지 못하면 당장 쫓겨날 처지였습니다.

저는 새벽마다 인력시장으로 나가 건설 현장 일용직(노가다)을 뛰었습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시멘트 포대를 져 나르며 등가죽이 찢어지는 땀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사무실로 돌아와 굳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사장님들의 가슴 답답한 세금 고민과 억울함을 풀어주는 블로그 칼럼을 매일 밤 한 편씩 써 내려갔습니다.

낮에는 사장님들이 일하시는 거친 현장의 바닥에서 땀을 흘리고, 밤에는 그들의 피땀을 지키는 글을 쓰는 나날들. 그 피눈물 나는 주경야독의 시간 속에서, 저는 온실 속 책상머리 전문가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사장님의 진짜 땀방울의 무게'를 가슴 깊이 배웠습니다.

8. 플랫폼 대세를 직감하고 기장 혁신의 문을 열다

2018년 말, 자비스와 세무통 등 IT 기반 세무 플랫폼들이 등장했습니다. 기존 세무 대리인들은 "밥그릇을 빼앗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소송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디지털과 플랫폼 생태계를 본능적으로 체득했던 저는 직감했습니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시대의 파도다. 낡은 기득권의 아집을 깨고, 플랫폼과 협력하여 완전히 새로운 기장 혁신을 창조하자!"

플랫폼을 적대시하는 대신 선제적으로 디지털 프로세스를 접목하여 실시간 기장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밤마다 진심을 다해 써 내려간 블로그의 전문성과 플랫폼 유입이 맞물리며, 2019년부터 폭발적인 수임과 혁신이 시작되었습니다.

9. 1000만 사장님의 땀방울을 지키는 이유 (세필귀정)

화물 지입차 기사 아버지의 헌신, 프로게이머를 꿈꾸다 마주했던 재능의 절벽, 방통대의 방황과 노무사 형님의 불씨, 3년 만의 CPA 합격과 건설 현장 바닥에서 들이마신 시멘트 먼지.

제가 지금 이 순간에도 불투명한 거품 기장 관행을 고발하고, 무책임한 환급 사냥을 경계하며, 세필귀정(稅必歸正, 세금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간다)을 외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쉽지 않은 세상에서 사장님들이 피땀 흘려 일군 소중한 사업이, 엉터리 기장이나 불성실 가산세라는 어이없는 덫에 걸려 무너지지 않도록 가장 든든하고 투명한 방패가 되어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었던 그 소년의 집념과 오기는, 이제 1000만 대한민국 사장님들의 땀방울을 지키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이민우 대표회계사
이민우 공인회계사 대표

정평세무컨설팅 서울본사 대표회계사 (CPA / CTA DUAL)

포스코·삼성·현대 컨설팅 출신. 기장 시장의 불투명한 관행을 타파하고 합법적 철통 방어로 1000만 사장님의 땀방울을 지켜냅니다.

블로그 허브로 돌아가기 다음 칼럼 집필 중